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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배우지도 않았는데 시험을 봐요?" 발달장애 중학생 4명 국가 상대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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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34회 작성일 26-04-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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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이슬기 기자 입력 2026.04.27 17:19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법조공익모임 나우 등이 2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달장애인 중학생 4명이 국가와 교육청을 상대로 수업 및 평가에서의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당했다며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

서울 소재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자폐성장애 A학생은 “영어 알파벳 인지, 한 자리 수 기초연산”의 정도의 학습수준을 가졌지만, 학교는 비장애학생과 동일한 지필평가·수행평가를 그대로 실시했고, 그 결과 A학생은 모든 과목에서 최하위 성적을 받았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것이 불가능해진 A학생은 결국 위탁 교육기관에서 수업을 받는 중이다.

경기 김포 소재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자폐성장애 B학생도 '세 자리 수 읽기, 받아올림 없는 덧셈, 단문 구성'의 학습수준을 가졌지만, 학교는  "대안평가 어려움", "시험지 개별화 불가능", "문제의 재가공이 법률적 이유로 불가"라며 대안평가 실시를 거부했다. 결국 B학생은 비장애학생과 동일한 시험지에 응시하거나 "미인정 결시"로 처리되고 있으며,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듣는 과목이라도 "평가를 위해서는 반드시 통합학급 수업에 최소 1시간 이상 참여"하라는 요구를 받아 이해할 수 없는 수업에 형식적으로만 출석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법조공익모임 나우 등이 2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달장애인 중학생 4명이 국가와 교육청을 상대로 수업 및 평가에서의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당했다며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장추련 등에 따르면, 원고는 자폐성장애·지적장애 등 발달장애를 가진 중학교 3학년 특수교육대상 학생 4명으로, 학교에서 자신의 학습수준과 전혀 무관한 비장애학생용 지필평가·수행평가에 그대로 응시해 왔으며, 응시하지 못한 경우 '미인정 결시'로 처리돼 교육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법적 근거 없다’ 배우지도 않은 시험 보는 발달장애학생들

현재 발달장애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약 8만5000명으로, 현행 교육부 훈령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과  국립특수교육원의 '장애학생 평가조정 매뉴얼'(2016)은 시각·청각·지체장애 등 감각·신체장애 학생에 대한 "접근성 조정"(시험시간 연장, 점자·대독 등)만을 다루고 있을 뿐, 발달장애학생에 대한 평가조정·대안평가의 법적 근거와 기준을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일선 학교와 교사들은 "법적 근거가 없다", "문제의 재가공이 법률적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발달장애학생에 대한 평가조정·대안평가를 거부해 왔고, 학생들은 자신이 수업에서 배우지도 않은 내용의 시험지에 그대로 응시하거나, 응시하지 않을 경우 "미인정 결시"로 처리되고 있는 것.

교육부도 '2025년 특수교육 운영계획'(제51면)에서 "평가조정으로도 학교 단위 평가에 참여가 어려운 장애학생을 위한 평가 지원방안 강구"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구체적 입법·행정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은 발달장애·중증장애 학생을 위한 대안평가를 3단계로 법제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2008년 비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 역시 제24조에서 통합교육과 합리적 편의제공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발달장애학생을 위한 대안평가 제도는 더 이상 "예외적 논의"가 아니라 국제 표준에 해당한다.

(왼쪽부터) 소송을 제기한 학부모 조경미 씨, 이수현 씨, 소송 대리인인 이수연 법조공익모임 나우 변호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왼쪽부터) 소송을 제기한 학부모 조경미 씨, 이수현 씨, 소송 대리인인 이수연 법조공익모임 나우 변호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이해할 수 없는 시험 앞에서 좌절” 소송 나서는 부모들

원고들은 대안평가를 반영하지 않은 교육부와 교육청의 행위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2호(간접차별) 및 제3호(정당한 편의제공 거부)에 해당한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통해 교육부에 ▲발달장애학생을 포함한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구체적 평가조정 지침 수립, 각 서울·인천·경기교육청에 대해 ▲구체적 대안평가 방안 마련 및 학교 시행 ▲학교 교직원에 대한 장애이해 및 평가조정 교육 실시 등을 요구했다.

소송을 제기하는 학부모 조경미 씨는 "아이들이 특수학급에서 개별 특성에 맞게 배운 내용으로는 시험을 볼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다. 수업은 특수학급에서 배우고 시험을 배우지도 않은 일반 통합 파트 교과 내용으로 보는 것에 동의할 수 없었다. 저는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의 잘못이 아닌, 배우지 않은 것을 시험 보라는 학교, 우리 사회가 잘못이라고. 아무것도 못 하는 아이가 아니라 할 수 없도록 만든 우리 사회가 잘못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이번 소송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우리 아이들도 가만히 앉아있게만 말고 개별 특성에 맞게 배우고 싶다. 노력해서 잘했다고 칭찬도 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함께 소송을 제기하는 학부모이자 중학교 교사인 이수현 씨는 "매일 교실에서 발달장애 학생들이 이해할 수 없는 시험지를 받아드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 시험지 앞에서 무너지는 아이의 모습을 부모의 마음으로 다시 마주한다. 이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대한민국은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평가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면서 "왜 내 아이는 배운 것을 평가받을 기회조차 없이 늘 실패만 경험해야 하냐. 지금의 교실은 누군가에게는 배움의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포기의 공간이 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더이상 기준이 없다’는 말로 책임을 미루지만, 결국 아이들에게 ‘너는 이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발달장애 학생의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평가기준을 즉각 마련해달라"면서 "저는 교사로서 이 부당한 평가를 계속 수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부모로서도 제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시험 앞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피력했다.

소송 대리인인 이수연 법조공익모임 나우 변호사는 "소송에 이르기까지 쉽지 않았다. '평가'라는 한 단어에만 꽂혀서 수능 대학 입학이 중요한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 학생들에 대한 존엄성을 훼손하는 많은 말들이 난무할 것이 너무나 걱정되고, 교육부나 지자체들이 재량이라는 핑계삼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을 당당하게 이야기할 것이 너무나 두렵지만 모두다 수업에 참여하고 누구나 배제되지 않은 세상을 세상을 위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면서 "교육부는 발달장애학상의 평가 조정 및 대안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즉시 반영하고, 관할 교육청은 관내 학교에서 시행한 구체적인 대안 평가를 마련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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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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