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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적 재해석 “피노키오와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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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16회 작성일 26-05-2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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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칼럼니스트 서인환 입력 2026.05.21 11:19 수정 2026.05.21 11:20
 
정 대표는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이 무엇인지 고민했다고 했다. 피노키오는 모험을 좋아했으므로, 장애인도 자립이라는 모험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인간이 되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결국 인간이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장애인도 삶을 인간답게 누리는 자립을 통해 인간의 권리를 누리자는 의미가 들어 있다고 하였다.

‘피노키오 모험’은 이탈리아 작가 Carlo Collodi가 1883년에 발표한 동화다. 목수 제페트 할아버지가 나무를 깎아 인형을 만들고 이름을 피노키오라고 지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피노키오는 살아 움직이는 인형이 된다.

할아버지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착한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피노키오는 호기심이 많고 유혹에 약해 자꾸 말썽을 피운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현상을 통해 정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철없는 아이가 성장하여 책임감이 강한 아이로 성장하는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작가는 교훈을 담아 착한 아이가 되라고 만든 이야기다.

이 동화의 시대적 배경은 여러 도시국가로 나뉘어 있던 이탈리아가 통일(1861년)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다. 국가는 통일되었지만, 농촌은 여전히 가난했다. 제페트 할아버지는 외투를 팔아 피노키오의 책을 사 줘야 할 정도로 가난했다.

농촌은 산업화와 거리가 멀었다. 통일 국가는 국민교육을 확대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학교에 가야 한다는 것이 동화에 녹여져 있다. 동화 속에 나타나는 말, 수레, 장터, 떠돌이 공연단 등 농촌 사회의 모습은 당시 토스카나 지방의 농촌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가난한 아이가 교육과 책임감을 통해 시민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동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다.

피노키오에 대해 장애학적 차원에서 재해석을 해 보고 싶어졌다. 피노키오는 나쁜 아이가 아니다.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한 것은 자기 방어기제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뿐이다. 학교에 가기 싫어서 거짓말을 한다. 몸이 다른 피노키오는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획일적 교육방식과 아이들의 놀림이 왕따가 되도록 했을 것이므로 피노키오는 학교에 가기 싫었을 것이고 그래서 꾀를 내어 거짓말을 한다. 여우와 고양이가 큰돈을 벌게 해 주겠다는 말에 속아 금화를 잃어버린다. 푸른 요정이 금화를 어디 두었느냐고 묻자 잃어버렸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숨겨 두었다고 변명한다. 피노키오는 잘못을 감추고 약속을 어긴다.

피노키오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혼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숨기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이 속았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할아버지가 힘들게 마련한 돈에 미안함이 있었다. 실수했다는 사실을 피하고 싶었다. 피노키오가 아직 미성숙하여 성장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충동적이고 유혹에 약해서이다.

피노키오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숨기려 하다가 거짓말을 하는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른다. 피하고 싶다는 것은 잘못했음을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동화는 거짓말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고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을 배우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무 인형은 몸의 차이를 말한다. 장애를 가진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고, 의족, 의수, 보철, 신체적 차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의족에서 ‘의’는 ‘가짜, 대용, 인공’이란 뜻이다. 하지만 장애인에게는 의족이나 의수는 가짜가 아니라 진정한 신체의 일부다. 의족이 진정한 자신이 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은 몸이 다르더라도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권리를 가진 인간을 말한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암시한다. 외형 차이를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재활공학계에서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붙인 상품을 가끔 만드는데 이는 움직이는 신체라는 의미이다. 원래의 자신의 신체가 아니더라도 평생 함께하면서 신체의 일부로서 몸의 일부로 훌륭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피노키오가 움직이는 몸이라는 점에서 재활과 움직임의 회복을 뜻하기도 한다.

피노키오에서 ‘피노’는 잣 또는 소나무라는 뜻이다. ‘키오’는 ‘작다’라는 의미로 애칭으로 붙이는 말이다. 피노키오의 동화 부제가 ‘한 꼭두각시 이야기’이다. 꼭두각시는 스스로 결정권이 없다. 의존적 존재다. 할아버지가 사라지자, 할아버지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 큰 물고기(판본에 따라서는 고래) 뱃속에서 할아버지를 만나 함께 탈출한다. 모험을 나서는 시점부터 의존적 존재에서 독립적 존재가 되고, 탈출의 행동에서 무능에서 능력자로 변신한다.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기발하다. 금화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숨겨 두었다는 변명은 아무나 생각해 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여기에 피노키오가 비록 거짓말을 하지만 특별한 능력이 잠재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요정이 피노키오를 지켜보고 있는 것은 특별함이 있다는 뜻이다. 의존적 존재에서 자립을 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장애인으로 성장하는 자립 과정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장애는 어떻게 하면 낫는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고 그 꼬임에 돈과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다. 장애를 의료가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로 장애를 부정하는 것도 돈과 시간의 낭비다. 피노키오가 돈이 필요했기에 속임을 당했다. 돈이 필요한 것은 할아버지에 대한 효심이 있어서이고, 인간이 되기 위한 치료에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지 않고 산과 들에 놀러 다니는 것을 좋아한 것은 잘못이기는 하지만, 몸이 달라 왕따가 된 피노키오가 자연과의 소통에서 우울감을 이겨내기 위함이었다.

피노키오가 인간이 되듯이 장애인들이 자립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찾아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이야기도 되고, 의족으로 인해 나의 신체가 아니어도 결국 적응하고 수용하면 진정한 신체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말하기도 한다.

미성숙하여 거짓말을 하는 피노키오가 차별을 받지 않기 위해 인간이 되기를 간절히 원했고, 책임을 느끼고 할아버지를 구하는 장면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자신의 삶에 대한 주체자가 되는 것이다.

‘피노’는 자라는 것이고, ‘키오’는 작아서 쓸모없다는 것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다. 장애가 문제가 아니라 장벽이 문제다. 그 장벽을 스스로 성장하여 뛰어넘을 때 자신은 진정한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고, 그 장벽에서 벗어나는 해방을 맛보는 것이다.

개인으로서의 장애인이거나, 부담을 주는 장애인, 차별받거나 고립된 장애인이 아니라 한 시민으로 역할을 하는 장애인, 삶을 누리는 인간으로서의 참맛을 아는 장애인, 몸 상태가 아니라 능력으로 인정받는 장애인으로 성장하는 장애인 이야기가 동화로 표현한 원래의 의도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 동화 속에서 장애인 이야기를 풍성하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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