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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중심 연대 ‘뇌성마비인의 삶’ 자조모임 네트워크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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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11회 작성일 26-06-0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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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이슬기 기자 입력 2026.06.08 13:30

8일 네트워크 준비모임에 따르면 이번 네트워크 출범은 단순한 친목 모임이나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는 오랫동안 사회적 주변부로 밀려나 있던 뇌성마비인들이 스스로의 삶과 경험, 지식과 역량을 바탕으로 서로를 발견하고 연결하며, 권리의 주체로서 사회 앞에 서기 위한 집단적 출발이다.

준비모임은 “뇌성마비인의 삶을 바꾸는 힘은 외부의 시혜나 보호에만 있지 않다. 당사자 스스로 배우고, 말하고, 조직하고, 연대하는 데서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뇌성마비인은 여전히 가장 심한 사회적 제약과 구조적 배제를 경험하는 장애인 집단 가운데 하나다. 이동의 장벽, 의사소통의 어려움, 교육과 노동에서의 배제, 가족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돌봄 부담, 부족한 활동지원, 통합적 의료와 재활체계의 미비, 주거와 소득 보장의 불안정성은 많은 뇌성마비인의 일상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특히 뇌성마비인은 생애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음에도, 제도는 여전히 그 특수성과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준비모임은 이러한 현실을 단지 개인의 불행이나 신체적 어려움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는 사회가 어떤 몸을 기준으로 제도를 만들고, 어떤 삶을 정상으로 상정해 왔는가의 문제라고 봤다.

따라서 뇌성마비인의 삶의 문제는 동정이나 보호의 대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권리와 참여, 사회적 재구성의 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번 네트워크 출범의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이다.

그동안 한국의 장애인운동과 자립생활운동의 현장에는 수많은 뇌성마비인의 헌신과 참여가 존재해 왔다. 이동권 투쟁,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운동, 자립생활운동, 근로지원인 제도화 요구 등 굵직한 사회운동의 현장마다 뇌성마비인의 삶과 몸은 늘 함께 있었다.

그러나 그에 비해 뇌성마비인 자신의 독자적 의제와 조직된 목소리는 충분히 제도화되지 못했고, 삶의 특수성과 집단적 요구 역시 사회적으로 선명하게 가시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이번 네트워크는 바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당사자 중심의 실천적 시도이기도 하다.

‘뇌성마비인의 삶’ 자조모임 네트워크는 무엇보다 뇌성마비인을 더 이상 고립된 개인으로 남겨두지 않고, 서로 연결된 존재로 세우는 데 목적을 둔다.

이를 위해 뇌성마비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자조모임, 학습공동체, 강의와 토론, 문화예술 활동, 독서와 인문학 모임 등을 꾸준히 조직해 나갈 계획이다. 준비모임은 “삶의 희망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말하고 배우며 서로의 삶을 비추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네트워크는 뇌성마비인 내부에 이미 존재하는 지적·문화적 역량을 적극적으로 조직하는 데 큰 의미를 둔다. 사회복지, 철학, 재활학, 국문학, 신학, 장애학, 예술, 음악, 경제와 금융 등 각 영역에서 깊은 사유와 전문성을 축적해 온 뇌성마비인들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들의 역량은 지금까지 흩어진 개인의 차원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네트워크는 이러한 역량을 서로 연결하고, 순환 강의와 토론, 발표와 글쓰기, 문화활동과 공동 학습을 통해 하나의 지적 공공영역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주요 정책 과제로는 ▲뇌성마비인의 생애주기별 맞춤지원체계 구축 ▲활동지원서비스의 실질적 확대 ▲탈시설 이후 지역사회 자립생활 기반 확충 ▲뇌성마비인과 가족을 위한 사례지원센터 설립 ▲고용정책의 다각화와 근로지원 확대 ▲소득보장 강화 ▲문화·교육·평생학습 기반 확대 ▲건강관리와 통증에 대한 장기지원체계 확립 ▲뇌성마비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 재활병원 및 의료지원체계 구축 등이 포함된다.

이번 네트워크는 정책 요구에 머무르지 않고, 당사자 주도의 문화와 실천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예술감상, 독서토론, 영화감상, 철학과 인문학 강의, 사회과학 토론, 삶의 경험을 나누는 대화모임 등은 단순한 여가활동이 아니라, 뇌성마비인의 삶을 새로운 언어와 관계로 다시 구성하는 과정이다.

준비모임은 “인간의 존엄은 보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말할 수 있을 때, 가르칠 수 있을 때,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될 때 비로소 존엄은 현실이 된다”고 밝혔다.

‘뇌성마비인의 삶’ 자조모임 네트워크는 앞으로 뇌성마비인의 권익옹호와 복지증진, 평생교육, 문화활성화, 고용지원, 가족지원, 정책대안 제시를 포괄하는 비영리적 연대조직으로 발전해 나갈 계획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참여할 수 있도록 주요 모임은 줌(Zoom) 등 비대면 방식으로도 운영한다.

준비모임은 “뇌성마비인의 삶을 바꾸는 일은 몇 가지 복지항목을 덧붙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인간을 바라보는 기준을 다시 쓰는 일이며, 가장 약한 조건에 놓인 이들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를 새롭게 조직하는 일이다. 이번 네트워크 출범이 작지만 단단한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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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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