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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덕분에 전하는 감사-③ 지나쳐 온 순간들에 대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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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194회 작성일 26-05-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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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칼럼니스트 김시내 입력 2026.05.26 10:09

그래서 우리는 감사에도 순서를 매긴다. 예를 들어 스승에게 전하는 감사는 따로 말하게 되고, 가족에게는 그 마음을 굳이 꺼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받는 배려와 도움은 더 쉽게 지나가기도 한다. 그 순간이 당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당연함’ 속에 더 많은 시간이 쌓여 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더 많이 드러난다. 누군가는 내 말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 주고, 누군가는 내가 불편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속도를 맞춰 준다. 식당에서 주문을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 주는 시간,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조급해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차분히 물어봐 주는 마음. 그런 순간들은 아주 작고 평범해 보인다. 그래서 더 쉽게 지나간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우리가 만들어진다.

AI 생성 이미지 . ©김시내
AI 생성 이미지 . ©김시내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장애는 내 삶에서 분명 많은 설명과 기다림을 필요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천천히 말해야 했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들도 있었다. 어떤 날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설명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어떤 날은 아주 사소한 일 하나도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시간들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왜 나는 늘 설명해야 하는지, 왜 누군가의 기다림과 이해를 구해야 하는지 스스로 위축되던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오며 나는 단순히 도움을 받는 삶만을 배우게 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의 마음과 관계의 의미를 이전보다 더 깊이 바라보게 되었다. 끝까지 기다려 주는 시간, 다시 한 번 물어봐 주는 마음, 당연하지 않은 배려를 자연스럽게 건네는 순간들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더 깊이 느끼며 살아가게 되었다.

예전에는 스쳐 지나갔을 순간들이 이제는 쉽게 지나가지 않는다. 누군가 내 속도에 맞춰 함께 기다려 주는 일, 설명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귀 기울여 주는 시간이 사실은 많은 이해와 배려를 필요로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마음들은 단지 ‘도움’이라는 말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누군가를 불쌍하게 여겨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려는 태도에 더 가까웠다.

어쩌면 나는 장애를 통해 감사의 마음이 무엇인지 더 깊이 배우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혼자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삶, 당연하게 여겼던 순간들 속에도 수많은 마음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조금 더 일찍, 그리고 조금 더 깊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변의 지인들. 짧게 스쳐 가는 인연 같지만, 그 안에도 분명히 남는 순간들이 있다. 별다른 말 없이도 함께 웃고 지나가는 시간, 조용히 곁에 있어 주는 순간들이 쌓이며 관계는 이어진다.

이렇게 돌아보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서로 다른 거리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어져 있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감사는 특별한 순간에만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관계가 이어지는 모든 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우리는 종종 감사의 크기를 나누려 한다. 어떤 관계는 더 크게, 어떤 관계는 더 작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마음의 무게를 나누는 일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크기가 아니라, 그 관계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왔다는 사실이다.

나는 혼자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다. 나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 관계 속에서 이어진 시간들이, 지금은 감사로 남는다. 그리고 평소에 전하지 못한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5월이라는 시간이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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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김시내 sinae4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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