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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시대, 가장 만만한 얼굴에게 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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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56회 작성일 26-05-2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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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칼럼니스트 원선애 입력 2026.05.27 11:29 수정 2026.05.27 11:44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극우 커뮤니티의 일탈 문화 역시 그 궤를 같이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고 모독하는 기괴한 문화는 결코 하루아침에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음지에서 조직적으로 생산되고 유통되며, 마치 인터넷 문화의 당연한 축인 양 굳어져 버렸다. 정치적 견해의 다름과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무너진 자리에서 혐오와 조롱은 일상의 놀이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소름 돋게 끔찍한 것은, 그 혐오의 칼날이 결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열한 혐오를 비판하며 정의를 부르짖는 사람들조차, 상대방을 무너뜨리기 위해 너무도 쉽게 또 다른 약자를 진흙탕 싸움의 재료로 끌어다 쓰기 때문이다.

짧은 글들이 휘발유처럼 타오르는 어느 SNS 플랫폼에서 과거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젊은 남성들의 사진들을 올리며 함께 조롱하자는 글이 올라왔고, 수많은 이가 그들의 외모를 비웃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흔하고도 지긋지긋한 온라인 안의 진흙탕 싸움이라 치부할 수 있었다. 진짜 비극은 그 밑에 달린 댓글의 행렬에서 시작되었다.

“장애인 같다.” , “딱 지적장애 있는 애들처럼 생겼네.”

“역시 지능이 낮으니까 저런 짓을 하지.” , “순간 진짜 장애인인 줄 알았다.”

수백 개의 댓글 중 적지 않은 수로 이런 워딩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마치 ‘장애인 같다’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이미 만장일치로 합의된 최하위의 비하 표현인 것처럼,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단어를 무기로 휘둘렀다. 그 순간 내 눈에는 여야의 정치도, 진보와 보수의 진영도, 하찮은 커뮤니티의 자존심 싸움도 모두 지워졌다. 그저 방 한구석에서 천진하게 아이패드로 지드래곤의 동영상을 보고 있을 내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을 뿐이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며 매일을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이 얼마나 쉽게 장애를 '불쾌한 비유'의 도구로 사용하는지 온몸으로, 매 순간 체감해야 하는 형벌과도 같다. 파렴치한 범죄자가 뉴스에 나오면 저 지능을 보니 장애인 같다 하고, 타인의 아픔에 눈 감는 공감 능력 부족한 이를 보면 자폐증 같다고 손가락질하며, 도덕성과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마주하면 지적장애인 같다며 혀를 찬다. 언제부터 장애라는 타고난 조건이 인간이 후천적으로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추하고 게으른 행동들의 은유가 되어버렸단 말인가.

물론 현실을 살아가는 장애인이 동화책 속 천사는 아니다. 지적장애가 있다고 해서 그 영혼이 언제나 맑고 순수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기질과 성격이 있고, 장애가 있든 없든 인간은 원래 각자의 결함을 안고 산다. 어떤 아이는 유난히 공격적일 수 있고, 어떤 아이는 지독하게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타인의 감정을 읽는 공감 능력이나 사회적 이해도 역시 뇌의 인지 기능이라는 물리적 한계 안에서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이것은 이미 특수교육과 의료 현장에서 수없이 논의되고 인정된 과학적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과 혐오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장애는 원해서 선택한 것이 아닌 삶의 주어진 특성이고, 혐오는 자신의 저열함을 배설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 명백한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뭉뚱그리는 순간, 사회는 붕괴하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내게 물을지 모른다. “그저 인터넷 드립일 뿐인데 왜 그리 예민하게 구느냐”고, “그들을 욕하려다 보니 말이 좀 과해진 것뿐”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혐오는 언제나 싱거운 농담으로 시작된다. 여성을 김치녀, 된장녀라 낙인 찍을 때도 그랬고, 특정 지역을 비하하거나 고립시킬 때도 그랬으며, 노인 비하 또한 그 시작은 늘 사소한 '장난'이었다.

인터넷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간의 가치를 등급별로 매기고, 가장 안전하게 조롱할 수 있는 희생양을 찾아내는 훈련을 반복해왔다. 그중에서도 발달 장애인은 언제나 가장 만만한 호출 버튼이다. 그들은 조직적으로 뭉쳐 반격하지 못하고, 사회적 발언권이 약해 뒤탈이 없기 때문이다. 긴 설명도 필요 없다. 그저 “장애인 같다”는 자극적인 한마디면 조롱의 연출이 아주 손쉽게 완성된다.

일베를 욕하며 정작 그들과  다름 없는 반대 진영 당신들이 진정으로 혐오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발달이 조금 늦고 서툰 사람인가, 사회적 신호를 읽는 것이 어려운 사람인가. 아니면 타인의 지워지지 않는 존엄을 한낱 웃음거리로 소비하며 쾌감을 느끼는 그 잔인한 문화 자체인가.

장애인은 당신들의 부끄러운 언어 행태를 가려줄 편리한 비유가 아니다. 타인을 깎아내리기 위해 빌려 쓰는 조롱의 단어는 더더욱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온 삶을 다 바쳐 지켜내야 할 귀한 자식이고 가족이며, 매일의 고단한 출퇴근길과 등굣길을 묵묵히 버텨내고 있는 이 사회의 엄연한 시민이다.

이 당연하고도 눈물겨운 사실을, 이토록 필사적으로 문장으로 증명해 보여야만 하는 시대라니. 참으로 잔인하고, 지독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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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원선애 holgaboon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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